쥐똥나무꽃
경강역에서 / 나호열
떠나려는 것도 아니고
돌아오기 위하여 이곳에 온 것도 아니다
잠시 젖은 그림자를 한철 꽃무더기처럼
펼쳐 놓다가
황급히 몸속으로 구겨 넣을 뿐
떠나는 사람에게 손을 흔들거나
돌아오는 사람에게 눈길을 훔치려고
서성거리는 것이 아니다
도道를 가르키는 것이 저 강물이었나
비스듬히 기울어야 흘러가는 법인데
깊이를 감춘 저 강물은 평평하기만 한데
나는 어디론가 흘러가는지 기우뚱거리며
자꾸 한쪽으로 쓰러지고 있으니
기적 소리에 놀라 뿌리를 오금 저린
저 울타리
쥐똥나무보다 못하다
아니 못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