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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가면 / 나호열
마음껏 안으라는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분명 앞에 있는듯 싶었는데
한 걸음 내딛을 때 서늘해지는 등 뒤
서걱거리는 소리에 뒤돌아 보아서는 안 된다
뛰어내릴까 말까 망설여지는 벼랑 앞에서
배후의 유혹을 느끼게 되지만
걸어온 생은 이미 막막한 사막의 물결에 덮여
널름거리는 바람의 혀에 문장을 바꾸고 있다
양파를 까며 눈물 흘리듯
가면을 벗기다 가는 봄
웃음을 벗기면 슬픔의 속살이 보이고
슬픔을 벗겨 내면 또 어떤 얼굴이 돋아오를까
마지막 한 장의 가면은 남겨두기로 한다
시간과 겨루고 싶은 꿈을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