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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거룩한 환생

by 丹野 2009. 4. 11.

 

 

 

 

거룩한 환생 / 나호열

 

 

오래 되었다

사랑도 없이 먹먹한 세월이

설레임을 곰삭였을까

그와 함께 있다는 것이 부끄럽고

역겨울 때

액자 안에서 멋쩍게 웃고 있는 시선이

허공을 떠도는 먼지 같을 때

슬며시 다가오는 기억 같은 것

훔치고 닦아내면서 진저리치는 까닭에

언제나 마지막 뒤처리는

깨끗이 

깨끗이 손을 닦는 일


한 때는 황홀한 알몸을 애무하고

자물쇠도 없는 그곳을

장미로 피어나게 하던 그가

오래 전 걸레가 되었다


걸레가 없다면

지난 밤의 얼룩과 더러운 눈물을

누가 지울까

그리하여 이 말은 욕이 아니다


걸레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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