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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매화 外 3편

by 丹野 2009. 3. 31.

 

 

 

 

매화 外 3편 / 나호열

 

 

매화 / 나호열

 

 

천지에 꽃이 가득하다

젊어서 보이지 않던 꽃들이

이제야 폭죽처럼 눈에 보인다

향기가 짙어야 꽃이고

자태가 고와야 꽃이었던

그 시절 지나고

꽃이 아니어도

꽃으로 보이는 이 조화는

바람 스치는 인연에도

눈물 고이는 세월이 흘러갔음인가

피는 꽃만 꽃인 줄 알았더니

지는 꽃도 꽃이었으니

두 손 공손히 받쳐들어

당신의 얼굴인 듯

혼자 마음 붉히는

천지에 꽃이 가득하다


 

 

 

 

 

 梅花를 생각함 / 나호열

 

 

또 한 발 늦었다

일찍이 남들이 쓰다버린

쪽박 같은 세상에

나는 이제야 도착했다

북서풍이 멀리서 다가오자

사람들이 낮게 낮게

자세를 바꾸는 것을 바라보면서

왠지 부끄러웠다

매를 맞은 자리가 자꾸 부풀어올랐다

벌을 준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봄날 / 나호열

 - 하회마을의 기억

 


가슴께로 스쳐 닿을 듯 하여

아득한 담장을 따라

넘을 듯 말듯 찰랑거리는 꽃울음을 훔쳤다

창공을 박차오르는 그네는

눈빛으로도 담장을 넘지 못하고

봄날은 그렇게 갔다

규방은 깊어 토닥거리는 분냄새

다듬이질 소리에 절로 배이고

앵두나무는 우물가에 심고

담에 기대어 매화는 아직도 붉다 하였다

 


 

 

 

 

내일이면 닿으리라 / 나호열

 

내일이면 닿으리라 

 

 

내일이면 닿으리라
산새소리에 매화가 피고
시냇물 향기만큼 맑은
그 마을에 가 닿으리라
나그네는 밤길을 걸어야 하는 법
어둠이 피워내는 불빛을 보며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
그것이 멀리 있어야 바라보이는

그리운 얼굴인지 알아

나그네는 또 걷고 걷는다

 

아침이면 닿으리라
그러나 머물지는 않으리라
모른 척
잊어버린 척
마을을 멀리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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