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나호열
깊은 산중 홀로 숨어 들어와 가슴으로 우는 사람들처럼 지천
에 깔린 꽃들은 한결같이 바람을 가득 담고 있다 휘적휘적 앞
에 가는 김남표 씨 배추농사를 짓다가 작파한 땅에 온갖 씨앗
을 흩뿌렸다지 힘들게 고개 들어 보니 고산준령, 숨 헐떡이는
하늘이 가까워서 좋은데 여름은 짧고 겨울은 길다 한동안 이것
저것 이름 물어보는 일 생명을 뿌리기는 하되 돌보지는 않는
신에게 던지는 질문 같다 질펀하게 피어올린 무리진 울음을 보
다 보면 세상을 건너가는 말들이 부질없다 해바라기들은 일제
히 고개를 들어 바다 쪽을 향하는데 성큼 고압송전탑들이 말없
이 태백을 넘어가고 있다 物神의 피 검고 차가운 어리석음이
뻐근하게 뒷목을 친다 갑자기 고원에 목숨을 내건 꽃들의 피를
오래 단전된 영혼의 마루에 뿌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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