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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풍경

by 丹野 2009. 3. 24.

 

 

풍경

 

나호열

 

 

  깊은 산중 홀로 숨어 들어와 가슴으로 우는 사람들처럼 지천

에 깔린 꽃들은 한결같이 바람을 가득 담고 있다 휘적휘적 앞

에 가는 김남표 씨 배추농사를 짓다가 작파한 땅에 온갖 씨앗

을 흩뿌렸다지  힘들게 고개 들어 보니 고산준령, 숨 헐떡이는

하늘이 가까워서 좋은데 여름은 짧고 겨울은 길다 한동안 이것

저것 이름 물어보는 일 생명을 뿌리기는 하되 돌보지는  않는 

신에게 던지는 질문 같다 질펀하게 피어올린 무리진 울음을 보

다 보면 세상을 건너가는 말들이 부질없다 해바라기들은 일제

히 고개를 들어 바다 쪽을 향하는데 성큼 고압송전탑들이 말없

이  태백을 넘어가고 있다   物神의 피 검고 차가운 어리석음이

뻐근하게 뒷목을 친다 갑자기 고원에 목숨을 내건 꽃들의 피를 

오래 단전된 영혼의 마루에 뿌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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