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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옛길

by 丹野 2009. 3. 24.

 

 

 

 

 

옛길 / 나호열



   당신에게도 아마 옛길이 있을 것입니다. 운하처럼 서로 얽히

고 설켜 피를 나눈 길들이 당신의 기억 속에 아직 남아 있을 것

입니다. 헤어질 때에는 될 수 있으면 뒤로 돌아 등을 보이지 않

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얼굴을 마주 한 채로 뒷걸음을 치면

서 고통스럽겠지만  조금씩  멀어져가는 당신의 얼굴이 점으로

 보일 때까지, 길이 휘어져 더듬더듬 사라질 때까지, 제각기 자

기 갈 길을 가는 것 보다는 한 사람이 지나간 길을 되짚으며 가

는 것이 이별이라고 말해야겠지요 옛길은 무너지고 쉬어 간 발

자국처럼 들꽃이 피고 가끔씩 하늘이 내려와 가슴을 땅에 대어 

보기도 하고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 한 옛길은 사라지지 않습니

다  먼저 가고 뒤를 따른 것일 뿐 그래서 아직 찾을 수가  없을 

뿐 옛길은 자꾸 한 걸음씩 마음속으로 내려앉지만 가끔씩 무지

개를 속절없이 걸어놓기도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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