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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소쿠리 가득 봄볕이 / 황인숙

by 丹野 2009. 3. 3.

 

 

소쿠리 가득 봄볕이

 

황인숙

 

 

 

길바닥에 낡은 소쿠리 하나 기우뚱 서 있다

그 밑에 쌀알이 반의 반 움큼 흩어져 있다

아주까리 씨앗같이 얼룽얼룽 여무신 얼굴로

할머니 한 분 담장에 기대 앉아 지켜보신다

무엇을 잡으시려는 걸까?

비둘기 한 마리 아장걸음으로 기웃거린다

나도 기웃기웃

 

소쿠리 가득 봄볕

할머니 눈에 봄빛

땅바닥 어룽얼룽, 흩어진 쌀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