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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구부러진 상처에게 듣다 / 길상호

by 丹野 2009. 3. 3.

 

 

 

구부러진 상처에게 듣다

 

길상호

 

 

삼성시장 골목 끝 지하도

너는 웅크리고 누워 있었지

장도리로 빼낸 못처럼

구부러진 등에

녹이 슬어도 가시지 않는

통증을 소주와 섞어 마시며

중얼거리던 누더기 사내,

네가 박혀 있던 벽은

꽃무늬가 퍽 아름다웠다고 했지

뽑히면서 흠집을 냈지만

시들지 않던 꽃,

거기 향기를 심어주는 게

너의 평생 꿈이었다고

깨진 시멘트벽처럼 웃을 때

머리카락 사이로 선명하게

찍혀 있던 망치 자국,

지하도는 제가 뽑힌 구멍처럼

시큼한 녹 냄새가 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