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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물의 집을 허물 때 / 길상호

by 丹野 2009. 3. 3.

 

 

 

물의 집을 허물 때

 

길상호

 

몇 개 상처를 정강이에 새기며

오래 오래 걸은 후에야

집 하나 겨우 얻었습니다

발마다 굳은살 속에 동그랗게 자리 잡은

아픈 물방울의 집 한 채,

지문 훤히 비치는 문을 열고

거기 뜨거운 방 안으로

물고기 한 마리 들이고 싶었습니다

상한 지느러미로 물살 가르다

금방 물 위로 떠오를 것 같은

불안한, 너의 생을 눕혀놓고서

살살 다독이고 싶었습니다

상처는 상처로 치유될 것 같아

닫힌 자물쇠 바늘로 열면

허나 주루룩 눈물 흘러내리는 집,

한순간에 꺼져버린 그 집을

오늘도 혼자 맴돌다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