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상처에게 듣다
길상호
삼성시장 골목 끝 지하도
너는 웅크리고 누워 있었지
장도리로 빼낸 못처럼
구부러진 등에
녹이 슬어도 가시지 않는
통증을 소주와 섞어 마시며
중얼거리던 누더기 사내,
네가 박혀 있던 벽은
꽃무늬가 퍽 아름다웠다고 했지
뽑히면서 흠집을 냈지만
시들지 않던 꽃,
거기 향기를 심어주는 게
너의 평생 꿈이었다고
깨진 시멘트벽처럼 웃을 때
머리카락 사이로 선명하게
찍혀 있던 망치 자국,
지하도는 제가 뽑힌 구멍처럼
시큼한 녹 냄새가 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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