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이 지나갔다
권현영
밤새도록 비가 귓바퀴를 적신다
태풍북상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내려 온 남녘 지리산 자락
길가 여인숙에서의 하루
깊은 잠 이루지 못한다
어디선가 꽃비린내
어디선가 꽃울음소리
낮에 본 계곡 아래 담쟁이 넝쿨처럼
속수무책 들판에 나앉았다
다른 나무에 기대어 살아가는
야생의 덩굴식물처럼
불안한 생의 자세를 생각하니
트럭 바퀴가 젖은 소리를 내며 밤새
가슴 위를 수도 없이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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