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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트럭이 지나갔다 / 권현영

by 丹野 2009. 3. 3.

 

 

 

트럭이 지나갔다

 

권현영

 

 

밤새도록 비가 귓바퀴를 적신다

태풍북상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내려 온 남녘 지리산 자락

길가 여인숙에서의 하루

 

깊은 잠 이루지 못한다

어디선가 꽃비린내

어디선가 꽃울음소리

 

낮에 본 계곡 아래 담쟁이 넝쿨처럼

속수무책 들판에 나앉았다

다른 나무에 기대어 살아가는

야생의 덩굴식물처럼

 

불안한 생의 자세를 생각하니

트럭 바퀴가 젖은 소리를 내며 밤새

가슴 위를 수도 없이 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