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벽
박설희
끙 하고 누가 돌아눕는다
내 귀가 먼저 달려간다
물 흐르는, 쿵쾅거리는, 흥얼거리는 소리
벽에 달라붙은 귀
천장의 얼룩이 점점 커진다
날림 공사를 했는지 온통 손볼 데 투성이다
누수 되고 있다는 걸
못 박는 게 취미인 위층 남자는 모를 것이다
내 시선은 오래 그 얼룩을 더듬는다
물 만난 벽지에 남아 있는 흉터,
쭈글쭈글하고 약간 딱딱해진
벽에 생긴 틈이 그새 더 벌어져 있다
이 틈을 누구의 것이라고 해야 할까
요리나 샤워를 하면서
끊임없이 옆방 여자가 건너오는
츰
부드러운 원룸,
걷는다 구른다 뛴다
다만 그뿐
문고리도 문도 보이지 않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으로
얼룩 번져간다
틈이 점점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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