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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물렁물렁한 벽 / 김상숙

by 丹野 2009. 2. 24.

 

 

물렁물렁한 벽

 

김상숙

 

 

벽의 근본은 물렁물렁했던 거다

 

벽은 틈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견고한

 

제 형식을 무너뜨리느라

 

어둡고 추운 밤에 기대어 바람을 들이고 있다

 

부풀어 있는 기억은 작은 바람에도 새어나와

 

들창문을 두드리며 캄캄하게 운다

 

벽은 천성이 울림통을 거느리고 있어

 

조금만 건드려도 금방 소매를 적신다

 

찌그러진 벽과 벽 사이에

 

어둠이 시작되고

 

어둠이 점점 뜨거워진다

 

물렁물렁한 벽이 못을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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