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껍질을 만져보다 / 신채린

by 丹野 2009. 2. 24.

 

 

 

껍질을 만져보다

신채린


어둠 속을 헤매던 애벌레 한 마리 기어이 밟히고 만다
고 작은 몸뚱어리가 터지며 물컹물컹한 슬픔들을 한없이 토해
낸다. 슬픔이 남김없이 다 빠져 나가자 희고 부드러운
얇은 껍질만 남는다.

한 조그만 生이 담겼던 얇은 껍질. 사람을 담고 있는 것도
얇고 부드러운 껍질이리. 슬픔이 많은 사람을 담고 있느라
한껏 늘어났을 내 껍질이여, 군데 군데 부르트고 생채기 났을

내 헐거운 집이여

가만히 껍질을 만져보네. 생애 처음으로 만져보는

내 껍질, 내 슬픔의 집을

 

 

 

 

 

'이탈한 자가 문득 > 향기로 말을거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쓸쓸한 향기 / 심재휘  (0) 2009.02.25
바람의 경치 / 심재휘  (0) 2009.02.25
뻘 / 함민복  (0) 2009.02.24
물렁물렁한 벽 / 김상숙  (0) 2009.02.24
말랑말랑한 벽 / 박설희  (0) 2009.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