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988 종점의 추억 / 나호열 종점의 추억 / 나호열 가끔은 종점을 막장으로 읽기도 하지만 나에게 종점은 밖으로 미는 문이었다. 자정 가까이 쿨럭거리며 기침 토하듯 취객을 내려 놓을 때 끝내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귀잠 들지 못하고 움추려 서서 질긴 어둠을 씹으며 새벽을 기다리는 버스는 늘 즐거운 꿈을 .. 2013. 3. 20. 건봉사, 그 폐허 / 나호열 건봉사, 그 폐허 / 나호열 온몸으로 무너진 자에게 또 한번 무너지라고 넓은 가슴 송두리째 내어주는 그 사람 봄이면 이름 모를 풀꽃들에게 넉넉하게 자리 내어주고 여름에는 우중첩첩 내리쏟는 장대비 꼿꼿이 세워주더니 가을에는 이 세상 슬픔은 이렇게 우는 것이라고 풀무치, 쓰르레.. 2013. 3. 14. 두더지의 눈 / 나호열 두더지의 눈 / 나호열 퇴로를 무너뜨리면서 앞으로 앞으로 기어가는두더지의 작은 눈은 언젠가는 터져 버릴지 모르겠다어둠 속에서 어둠을 더욱 어둠답게 보는 일처럼가슴 따뜻한 일이 또 있을까언젠가 언젠가 지상으로 돋아오를 때아주 미세한 빛에도 눈은 스스로 문을 닫았지만하늘.. 2013. 3. 10. 아다지오 칸타빌레 / 나호열 아다지오 칸타빌레 / 나호열 돌부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자주 넘어졌다너무 멀리 내다보고 걸으면 안돼그리고 너무 빨리 내달려서도 안돼나는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멀리 내다보지도 않으면서너무 빨리 달리지도 않았다어느 날 나의 발이 내려앉고나의 발이 평발임을 알게 되었을 때.. 2013. 3. 4. [스크랩]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란 무엇인가 / 최준식 ―왜 인류에게 종교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방담 불교평론[18호] 2004년 03월 10일 (수) 최준식 cjskor@ewha.ac.kr 1. 들어가며― 종교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 ― 우리는 정말로 종교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종교가 무엇이냐는 .. 2013. 2. 22. [스크랩] 니체 철학과 불교 니체 철학과 불교 / 박찬일 [42호] 2010년 03월 18일 (목) 박찬일 nabi56@naver.com 누가 승리라 말하는가? 견뎌냄이 전부인 것을. ―릴케 들어가며 박찬일 시인 니체의 불교에 대한 호의적 입장은 그의 《반그리스도론》(1888)에서 나타난다. 간단히 요약하면 불교가 기독교처럼 이항대립.. 2013. 2. 22. 너에게 묻는다 / 나호열 너에게 묻는다 - 나호열 유목의 하늘에 양 떼를 풀어놓았다 그리움을 갖기 전의 일이다 낮게 깔려 있는 하늘은 늘 푸르렀고 상형문자의 구름은 천천히 자막으로 흘러갔던 것인데 하늘이 펄럭일 때마다 먼 곳에서 들리는 양떼 울음을 들었던 것이다 목동이었던 내가 먼저 집을 잃었던 모.. 2013. 2. 19. 기억이라는 상처, 통증에 관하여 / 나호열 담 박성현 그는 벽돌이었네 갈색 창문과 높은 구름, 한낮의 태양과 투명한 대기 8월과 입추가 서로 이어지고 풀어지는 계절의 경계에서 한 때 그는 회색, 회색의 빨강, 빨강의 수분과 초록의 이끼를 껴안는 단단한 포옹 예전에 그가 벽돌을 집어들었을 때 성좌처럼 흩어진 점들이 연결되.. 2013. 2. 9. 죽음에 맞서는 삶의 길 / 나호열 죽음에 맞서는 삶의 길 나호열 지금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보는 일이 있다면 시인이 현자이거나 올곧은 선비라는 이야기이다. 시언지 詩言志의 오랜 전통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것인지 가늠할 수는 없어도 맑은 정신을 노래하는 자, 삶을 뜨겁게 안아들이고 미적 승화를 거두.. 2013. 2. 9. 서정의 각도, 태초의 시어 찾기 / 김선주 서정의 각도, 태초의 시어 찾기 김선주 / 시인, 문학평론가 1. 나호열의 시 「껌」은 우리 삶에 내재된 상과 하, 양과 음, 선과 악 등 수직적 구도를 형성하는 대상을 감각적 시어를 통하여 상반된 이미지로 그려낸다. 즉 시적 화자가 “마이너리티”의 대상으로서 씹히는 껌을 지칭했다면,.. 2013. 2. 9.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