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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청풍에 가다 / 나호열

by 丹野 2006. 12. 5.
  

                                                                                                  적성산성 / p r a h a

        

      청풍에 가다 / 나호열

        

      불현듯 앞을 막아서는 안개 때문이라고

      뒤늦은 발걸음 뉘우칠 수는 없겠네

      한 계절 꽃 피우던 얼굴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까맣게 타버린 씨앗

      눈물 대신 발밑에 뿌려두었으니

      함부로 밟아서도 성급히 손으로 거두어도 되지 않을 일

      청풍은 잠시도 발길 멈추지 못하게 하였으나

      나는 보고 말았네

      옥순봉 호수에 제 몸을 던졌으나

      수심 깊어 기암절벽을 물 위에 그려 놓으니

      또 푸른 하늘이 그림자를 비추어 주네

      선경이라 한들 하루 이틀 삼일이면 시들하다는

      나그네의 말씀을 한 귀로 흘리려 하네

      오래 바라볼수록 내 몸에 스며들어

      없는 듯 살아 숨쉬는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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