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나호열
곧고 푸른 길이 있다
눈여겨 보지 않은 곁길
한번은 큰 맘 먹고 휘돌아가야 하는 길
양지녁을 골라 풀꽃 피듯 주저앉은 마을
길가로 가슴을 열어둔 예배당은
퇴락해 가면서도 즐겁다
죄 짓지 않은 사람들
목례도 없이 지나쳐 갈 뿐
돌계단에는 이끼만 푸르다
그 길을 간다
가슴 가까이 찰랑거리는 강이 길이다
헝클어지고 뒤틀린 삶을 빗질하고 싶을 때
차단기가 내린다
앞서고 싶으면 앞서게 하고
두 손은 오로지 어깨동무할 때만 필요한 법이라고
스스로 몸 낮추는 강
띄엄띄엄 버스는 오지 않고
무엇인가 아쉽게 놓친 듯한 마음일 때
터벅거리며 걸어가 보고 싶은
저 먼 곳
종이 울리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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