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절음 / 김경성
와편에 새겨져 있는 물고기 등뼈가 이지러져 있다
아가미를 드나들던 숨도 지느러미와 함께 사라졌다
부레의 힘으로 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는 물고기의 집은 물속이 아니었다
몇 장 남아있는 비늘을 지문처럼 지층 속에 넣어두고
오랫동안 저 자리에 있다
흩어져 있는 조각을 보며 누군가의 집이었다고 예감할 뿐
사용흔으로 내력을 다 읽기에는 시간의 거리가 너무 멀다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뼈가 시큰거린다, 짜 맞추어져 있던
몸의 언어가 해체되는 중이다
뼈마디 사이에 둥근 집이 있어서 몸을 비틀 때마다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어긋난 뼈를 추스르며 흩어져 있는 조각을 맞춰본다
기울어진 내 그림자가 비어있는 퍼즐을 덮으며 한 풍경이 된다
어골무늬 선명한 와편 하나를 몸에 끼워 넣는다
흩어졌던
해체되었던
문장이 하나로 완성되었다
-계간 <시산맥> 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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