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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무르만스크 / 조용미

by 丹野 2024. 10. 9.


무르만스크

   조용미



지구의 가장자리 무르만스크에 가볼까 몸이 좀 나으면

오로라를 보러 북쪽으로 가야 하니까
거기서 조금 더 북쪽으로,
25시간 북극행 열차를 타고

쇄빙선도 타고 무르만스크 미술관에도 가야지

생각할 틈도 없이, 지루할 틈도 없이
추위는 몸속을 파고들겠지
명징한 의식으로

우리의 반대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북극에서도 얼지 않는 바렌츠해처럼
혹독한 겨울에도 얼지 않고
들끓는 고통이 필요하다

명징한 의식으로

무르만, 무르만, 가장자리를 찾아
끝의 끝으로
북극권의 북쪽으로

골수까지 추위가 스며들어
슬픔도
시시해져버리고

얼음 같은 언어가 반짝이며 생겨나는 곳 무르만스크로 가야지



          ―계간 《문학동네》 202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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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미 / 1990년 《한길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당신의 아름다움』 『초록의 어두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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