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무늬딱총새우*
김 승 필
그 집에서는 병뚜껑 따는 소리가 들렸지
보증금도 없이 월세도 없이
아흔아홉 번 꼬리를 흔들어
집 밖 위험 신호를 알리지만
발이 푹푹 빠졌지
병정개미처럼 큰 집게발로
지난여름 물난리에 끊긴 다리를 보수 중인데
다시 무너지는 패각
난 집 지을게, 넌 망을 봐
골목길 지나
이 적요한 은신처 앞에
탕, 탕, 총소리를 내며
긴 더듬이로 타설 중인 집
말라비틀어진 붓 하나 눈에 띄는 저녁
온몸이 기억하는 별서別墅가
내게는 있었지
*제주 서귀포 섶섬 연안에서 발견된 미기록 딱총새우류.
(김승필 프로필)
2019년 계간 <시와정신> 등단, 시집<옆구리를 수거하다> 황금알 2021, 청소년 고전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청소년 문학 <국어 선생님의 시 배달>에 참여. 2021년 광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출처: 계간《열린시학》Vol.112 2024년 가을호「이 계절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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