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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관계 / 이해존

by 丹野 2024.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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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이해존
 
 
 
 
 
 
 한 번도 뜯어낸 적 없는 것을 드러내자 바람이 빈틈을 메운다
 
 코르크 마개처럼 처음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 담 벽에서 무너져 내린 흙더미는 제자리에 있던 것보다 수북하다
 
 오랫동안 붙들려 있던 것들이 어둠의 부피를 키운다
 
 같은 것이 같은 자리를 찾아가도 아귀가 맞지 않아 다시 닫히는 초점을 맞추기 위해 진땀을 흘린다
 
 한 번 떠나간 마음을 되돌릴 수 없을 때, 어둠을 문지르면 더욱 짙어지는 날들
 
 둘로 나뉘는 순간 연기처럼 빠져나가는, 두 번 다시 들일 수 없을 것 같은 간극
 
 잠시 떨어져 지내보자는 말이 허공에 붙들린 마른 나뭇잎처럼 위태롭다
 
 
 
 

웹진 님Nim -  2024년 3월호 Vol.33 - 이해존

 

 이해존 시인
 2013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당신에게 건넨 말이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이물감』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