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계
이해존
한 번도 뜯어낸 적 없는 것을 드러내자 바람이 빈틈을 메운다
코르크 마개처럼 처음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 담 벽에서 무너져 내린 흙더미는 제자리에 있던 것보다 수북하다
오랫동안 붙들려 있던 것들이 어둠의 부피를 키운다
같은 것이 같은 자리를 찾아가도 아귀가 맞지 않아 다시 닫히는 초점을 맞추기 위해 진땀을 흘린다
한 번 떠나간 마음을 되돌릴 수 없을 때, 어둠을 문지르면 더욱 짙어지는 날들
둘로 나뉘는 순간 연기처럼 빠져나가는, 두 번 다시 들일 수 없을 것 같은 간극
잠시 떨어져 지내보자는 말이 허공에 붙들린 마른 나뭇잎처럼 위태롭다
웹진 님Nim - 2024년 3월호 Vol.33 - 이해존
이해존 시인
2013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당신에게 건넨 말이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이물감』이 있음.
'이탈한 자가 문득 > 향기로 말을거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르만스크 / 조용미 (0) | 2024.10.09 |
---|---|
하염없이 / 박성현 (0) | 2024.10.06 |
하북 / 박지웅 (1) | 2024.10.06 |
김재근 시집 『같이 앉아도 될까요』 (0) | 2024.09.17 |
호두나무 잎사귀가 있는 저녁 / 장철문 (0) | 2024.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