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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왼편이 아프다 / 박완호

by 丹野 2024. 8. 17.

왼편이 아프다

   박완호



내가 가끔 왼쪽으로 기우는 건
왼편을 더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쪽으로 넘어질 때가 많아서이다

어깨가 괜찮은 듯싶으면 발목이
발목이 좋아진 것 같으면 어깨가

순서 없이 때로는 엎친 데 덮치듯
한꺼번에 불편해지는 날이 늘어간다

가운데 서 있어도 어느 한쪽이 치우쳐 보이는 세상 저울판

속 편한 오른편보다 어딘지 모르게 아픈 왼편이 신경 쓰이는 나의

왼쪽을 돌봐줄 곳은 어디에 있나, 염증에 시달리는
왼쪽 대신 오른쪽 어깨와 발목에 잔뜩 힘을 주고

어떻게든 똑바로 걸어가려는 나를, 저만치서
누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계간 《미네르바》 202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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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호 / 1965년 충북 진천 출생. 199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내 안의 흔들림』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아내의 문신』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 『너무 많은 당신』 『기억을 만난 적 있나요』 『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 『문득 세상 전부가 되는 누군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