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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와온』

견고한 슬픔

by 丹野 2020. 11. 8.

 

 

견고한 슬픔  / 김경성

-폐염전

 

水東里産 쌀포대

한 달째 따순밥 풀어놓더니 축 늘어져 있다

무언가를 담고 있었던 것이나, 떠나고 난 자리는

왜 저리도 깊은 주름이 새겨지는 것인가

그대 내 안으로 들어와 훑고 앉은 자리

듬성듬성 잘려나가 절망이어도

철철 넘치게 드나들던 수많은 자국

기쁨은 기쁨으로

절망은 절망으로 절여져서

주름이 지고 말았다

 

꺾이여진 바람의 날개가 쌓여

갯바닥에도 물결무늬 졌다

몇 장 남지 않은 함석지붕 골마다 갯바람 고여 흘러내린다

바람 불어가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풍경들

일으켜 세우지도 못하고 함께 넘어졌다

바람의 깃털로

주름진 가슴 가만가만 쓸어내려도

싸르라니

내 속이 아프다

 

 

 

 

 

- 시집 『와온』 문학의 전당,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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