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슬픔 / 김경성
-폐염전
水東里産 쌀포대
한 달째 따순밥 풀어놓더니 축 늘어져 있다
무언가를 담고 있었던 것이나, 떠나고 난 자리는
왜 저리도 깊은 주름이 새겨지는 것인가
그대 내 안으로 들어와 훑고 앉은 자리
듬성듬성 잘려나가 절망이어도
철철 넘치게 드나들던 수많은 자국
기쁨은 기쁨으로
절망은 절망으로 절여져서
주름이 지고 말았다
꺾이여진 바람의 날개가 쌓여
갯바닥에도 물결무늬 졌다
몇 장 남지 않은 함석지붕 골마다 갯바람 고여 흘러내린다
바람 불어가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풍경들
일으켜 세우지도 못하고 함께 넘어졌다
바람의 깃털로
주름진 가슴 가만가만 쓸어내려도
싸르라니
내 속이 아프다
- 시집 『와온』 문학의 전당,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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