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새는 / 김경성
차르르르 키질하듯 새떼 날려보내는 버드나무
수십 마리 쏟아내고 난 후
바르르 몸을 떨다가
새들의 발자국 가지런히 정리하는지
한참이나 뒤척거렸다
강아지풀 옆에 앉아서 사과 한 개를 다 먹을 때까지
제 속에 품어놓은 새들을 몇 차례 더 날려보냈다
파라라라락 새들은 날아가고
새가 앉았던 자리마다 듬성듬성 생긴 구멍
초가을 볕 날쌔게 꿰차고 앉아서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가슴을 열어놓고
품었거나, 날려보냈거나
새들의 징검다리가 되었거나
흔들거리며 제 자리에 서 있는 저, 나무의 탄력성
나뭇가지 튕겨서
새들을 쏟아낼 때마다
마른 새똥 떼어내듯 나뭇잎 흩날렸다
새들을 품을 때는
오롯이 나뭇잎으로 덮었다
나무는, 새는
한몸이었다가
남남이었다가
새들은 허공에 길을 그리고
나무는 제 몸 그림자로 지상에 길을 그리고
나는 오래전 그대가 걸었던 길을 걸었다
『와온』, 문학의 전당, 2010
행주산성 가는 길, 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