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궤적 / 김경성
지붕을 뚫고 뛰어든 달 조각 뒹구는
선사시대 움집이 있었던 자리에
집 한 채 지었다
그리운 마음 새지 않게 지붕의 숨구멍 촘촘하다
제 몸을 굴리거나 부딪쳐서
한꺼번에 피었다가 숭어리째 지고 마는 파도처럼
가슴 안쪽 통증이 인다
풀꽃 피어 있는 탑의 하대석 틈새, 달에 눌린 자국 깊다
오래된 탑이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것은
탑의 가장 높은 찰주 끝에 달빛이 걸렸거나
우리가 읽을 수 없는
시간의 그림자를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도 나처럼 달을 품고 산다, 달의 모서리에 다친 적 있다
무언가 내려앉았던 자리는 언제나 깊다
움집에 묻어두었던 빗살무늬토기 밥물 넘쳐난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길은 이미 지워졌다
모서리 진 달 조각 깎아내며 달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