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와온』

달의 궤적

by 丹野 2020. 9. 15.

 

 

달의 궤적 / 김경성

 

 

지붕을 뚫고 뛰어든 달 조각 뒹구는

선사시대 움집이 있었던 자리에

집 한 채 지었다

그리운 마음 새지 않게 지붕의 숨구멍 촘촘하다

제 몸을 굴리거나 부딪쳐서

한꺼번에 피었다가 숭어리째 지고 마는 파도처럼

가슴 안쪽 통증이 인다

풀꽃 피어 있는 탑의 하대석 틈새, 달에 눌린 자국 깊다

오래된 탑이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것은

탑의 가장 높은 찰주 끝에 달빛이 걸렸거나

우리가 읽을 수 없는

시간의 그림자를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도 나처럼 달을 품고 산다, 달의 모서리에 다친 적 있다

무언가 내려앉았던 자리는 언제나 깊다

움집에 묻어두었던 빗살무늬토기 밥물 넘쳐난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길은 이미 지워졌다

 

모서리 진 달 조각 깎아내며 달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丹野의 깃털펜 > 시집『와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는, 새는  (0) 2020.09.15
이끼  (0) 2020.09.15
달의 궁전  (0) 2020.09.15
달의 뒤편 1  (0) 2020.09.15
욱신거리는  (0) 202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