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방 / 김경성
아가미 열어젖히고 눈꺼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척추 아래 가만히 눕는다
은빛 비늘 겹겹이 덮여 있는 지붕 너머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 있어
처마밑 배 지느러미 흔들어 구부러진 길 펴놓는다
사막의 등고선 같은 물고기 방에서는
비릿하지 않은 모래 바람냄새가 난다
애초에 바다였을 사막의 달빛은 푸르고 맨발은 늘 시리다
이슬 쪽으로 기울어 가시가 단단해진 낙타 풀,
아무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다
바다를 건너온 물고기는
간결하게 모래 속에 꼬리를 박고 하늘 쪽으로 창문을 냈다
빛 그늘진, 바람모서리 둥근 사막에서
잔가시, 창의 뼈가 되어 바람을 가르는
물고기 방 아랫목 부레 근처에 자리를 튼다
- 시집 『와온』문학의 전당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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