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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와온』

견고한 슬픔 2

by 丹野 2020. 9. 15.

 

 

견고한 슬픔 2

    -폐염전에서

 

                                        김경성

 

갯바람이 차다

가슴으로 들어간 바람 등뼈 뚫고 달아나는 폐허를 보고 싶었다

온몸이 가시로 덮여 만져볼 수 없는

해당화 지고, 붉은 씨방 농익어 부활을 꿈꾼다

하루에 두 번씩 옷을 벗는 여자,

소금꽃 버금버금 너무 많이 쏟아내고 말았나

더 이상 잉태할 수 없음에 흰 뼈마저 허물어지고

칼바람 불어와 뼛속을 후빈다

수문은 닫히고

뜨거운 햇볕이 닿아도 꽃 피워낼 수 없는

그녀의 몸,

문자나 어떤 기호도 남겨놓지 못하고

제 몸에 새겨져 있는 소금꽃 뿌리 찾고 있다

절여진 슬픔은 묽어지지 않는다

슬픔이 깊어지면 모든 생각이 수평으로 흘러가고

그리움도 깊어지면 어느 순간부터 고요해지는 것

수문이 닫힌 갯벌

살아서 꿈틀대는 몸을 가진 것들

뻘 속으로 들어간 후 다시 나오지 않았다

함초마저 식물 표본이 되어버렸다

바람 불어와

그녀의 가슴을 핥고

갈대밭 들쑤셔놓아도

그녀는 더이상 옷을 입을 수 없다

벗어놓은 옷, 닫힌 水門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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