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그늘 / 김경성
동박새가 동박새를 부르는 소리는 붉다
소란스러운 동백숲,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
황홀한 제 몸 열어서 동박새의 부리를 담는
동백, 상처 난 자리에
붉은 혀를 대어보니
달큰하고 끈적거리는 심장의 맛 가슴을 할퀸다
잉잉거리는 꿀벌들의 소리 폐 깊숙이 파고드는
무위사 동백숲, 붉은 그늘이 너무 무거워 빠져나갈 수 없다
발에 밟히는 동백꽃 향기에 미끄러져서 그만, 붉은 꽃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내 몸 가득 꽃이 피었는지
동박새 긴 부리를 내 몸에 대고 쪼아대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꿀벌들
음모를 꾸미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데 몸에 붙은 꽃 너무 붉다
극락보전 뒤 동백 숲 동박새 소리, 풍경 흔들어대며 붉은 그늘 끌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