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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와온』

붉은 그늘 / 김경성

by 丹野 2010. 10. 22.

 

 

 

 

 

 

붉은 그늘 / 김경성

 

 

동박새가 동박새를 부르는 소리는 붉다

소란스러운 동백숲,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

황홀한 제 몸 열어서 동박새의 부리를 담는

동백, 상처 난 자리에

붉은 혀를 대어보니

달큰하고 끈적거리는 심장의 맛 가슴을 할퀸다

잉잉거리는 꿀벌들의 소리 폐 깊숙이 파고드는

무위사 동백숲,  붉은 그늘이 너무 무거워 빠져나갈 수 없다

발에 밟히는 동백꽃 향기에 미끄러져서 그만, 붉은 꽃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내 몸 가득 꽃이 피었는지

동박새 긴 부리를 내 몸에 대고 쪼아대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꿀벌들

음모를 꾸미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데 몸에 붙은 꽃 너무 붉다

극락보전 뒤 동백 숲 동박새 소리, 풍경 흔들어대며 붉은 그늘 끌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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