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전 / 김경성
네가 붉은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갯바닥에 머리 박고 울부짖는 노을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거품 몰고 달려드는 밀물
온통 붉음, 범벅일 때
한 장의 꽃잎마저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어서
가만가만 몸 쓰다듬으며 가라앉는 동백꽃
한 송이 한 송이 내려앉을 때마다
붉은 꽃섬 하나씩 생겨났던 것을
그 시간 어디에선가 초경을 맞은 아이 하나
토방에 앉아 눈물 흘리며
제 몸에 붉은 집 하나 짓고 있을지도 모르지
안테나를 세워 세상의 말을 듣는 왕새우
굽은 등 펴지 않고 둥글게 몸 말고 있는 것은
둥근 해 닮아 그런 것이리니
햇볕 담금질하여 그 빛 몸 안으로
너무 많이 들였나
뜨거운 물 속으로 들어가더니
둥근 섬이 되어 둥둥 떠오른다
솥 안이 온통 붉은 섬으로 가득하다
- 시집 『 와온』 문학의 전당 2010
'丹野의 깃털펜 > 시집『와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은 그늘 / 김경성 (0) | 2010.10.22 |
---|---|
[스크랩] 폐허는 사라지지 않는다 / 김경성 (0) | 2010.10.22 |
바람의 꽃 (0) | 2010.10.22 |
오래된 나무가 있는 풍경 (0) | 2010.10.22 |
달의 뒤편· 2 (0) | 2010.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