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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묻힌 얼굴 / 김경성

by 丹野 2020. 8. 17.

묻힌 얼굴  / 김경성

 

무릎에 얼굴을 묻고 생각에 잠기다 보면

눈물이 날 적 있다, 어떤 말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

그런 사소한 슬픔까지도

무릎이 다 받아 내준다

 

어떤 슬픔이 있어서 그렇게 오랫동안 흙속에 얼굴을 묻고 있었을까

 

새들은 날고 거북이는 걸어가고 아기고래는 먼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고 나무는 그 자리에서 그늘을 넓혀가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었다가 지는 동안에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었을 그가 빛도 들지 않는 곳에서 찾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처음부터 없었던 얼굴과 몸을 돌 속에서 꺼내 준 사람은 아직도

손에서 정과 망치를 놓지 못하고 있을까

 

경주 남산자락 흙 속에 파묻혀 있다가

천백 년  만에 고개 들어 세상을 바라보는 통일신라시대 불두 (佛頭 )

십여 미터 거리에 몸을 두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니

 

세상의 슬픔을 다 짊어지고 흙속에 얼굴을 묻고 있던 그가 모든 색을 다 머금고 깨어났다

 

울음을 받아주던 산자락까지도 온통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