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속에서 잠든 새
김경성
오래 생각하는 것들은 새가 되었다
어떤 새는 돌 속에서 잠이 들었다가 솟대가 되었다
하늘과 지상을 잇는 빛의 길을 내어주는 것이 그의 몫,
깃털이 빛을 받아 사람들의 머리 위에 무지갯빛을 내려주어도
염원처럼 생각은 쉬이 접히지 않고
무엇이 되고 싶다고 한마디 말을 해보지만
간절한 말은 너무 깊이 있어서 가장 늦게 터져 나왔다
그 말은 끝내 번져가지 못하고 그저 맴돌기만 할 뿐
너무 오래 생각을 하거나 생각 속으로 너무 깊이 빠져드는 일은
돌 속에서 잠든 새를 꺼내는 일처럼 어렵다
정(釘)으로 수없이 내리쳐서 오래 잠겨있던 생각을 걷어내면
새는 그때 잠에서 깨어난다
돌 속에서 가장 먼저 나온 부리가 어떤 울음으로 말을 한다
그 말을 잘 접어서 하늘과 잇닿는 빗금 위에 올려놓으면
멀리 보는 새의 눈을 볼 수 있다
새가 빠져나간 돌 속에 두 손을 넣으면
순간 날갯짓하는 나를 보게 된다
김경성
전북 고창 출생 .
2011년 《미네르바》 등단 .
시집 『모란의 저녁』『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와온』았음.
웹진 『시인광장』 2020년 8월호 발표
'丹野의 깃털펜 > 김경성 - 근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보다 더 오래된 슬픔 / 김경성 (0) | 2020.10.24 |
---|---|
파미르에서 쓰는 편지 / 김경성 (0) | 2020.10.20 |
묻힌 얼굴 / 김경성 (0) | 2020.08.17 |
물고기 몸에 물이 차오를 때 / 김경성 (0) | 2020.08.09 |
여강에는 섬이 있다 / 김경성 (0) | 2020.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