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 김경성
낯선 당신과 낯선 내가 마주치면 어떨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늙은 간이역처럼 언덕 위에 홀로 서 있는 낯선 나무를 향해서 걸었다 처음 불러 보는 나무와 자주 불러 주었던 꽃들이 뒤섞여서 낯선 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익숙함이 길 위에 펼쳐졌다
낯선 당신은 가까이 있고, 낯선 나는 멀리 있는 사람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해를 먹고, 달을 굴리는 사람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낯선을 입안에 넣고 궁굴렸는지
동그랗게 닳아버린 낯선이 나서는으로 바뀌었다
나는 길을 나서는 사람
저물녘 어린 새들이 흙 목욕을 하는지
밭고랑에 앉아서 흙먼지를 일으키고
수선화는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길 끝에 걸려있는 민들레가 날고 있다
나는 나에게서 더 낯설어져야겠다
- 『두레문학』 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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