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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소리의 미늘 / 김경성

by 丹野 2017. 6. 20.



소리의 미늘

 

 김경성


빛을 잘라내는 오르간파이프선인장 아래 태양의 눈썹이 쌓여 있다

태양의 즙을 많이 마셔버린 탓에 기댈 수 있는 등을 내어줄 수가 없다

너무 높이 올라간 것은 아닐까 닿을 수 없는 시간이 부표처럼 떠다닌다

 

온몸으로 허공을 밀면서 높은음자리로 흘러가는 용설란은

잎 가장자리에 가시를 키운다


간절함이 달에 닿아

높이 솟아오른 꽃줄기에서 원추화로 피어나면

꽃 그림자 뒤로 찾아드는 비의

잎을 구부려서 내려놓아도 다시 꽃대를 올리지 못한다


가시가 박혀 있는 먼 기억이 일렁인다

오르간파이프선인장을 있는 힘껏 껴안는다

온몸을 찌르는 가시가 일으키는 소리의 미늘에

아득한 것들이 걸린다

 

 

 

 

 

 

 

김경성

전북 고창 출생. 2011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와온』 『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가 있음.





 

출처 : 공정한 시인의 사회 | 2017년 5월

http://naver.me/GgMoBH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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