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
김경성
누군가 있었던 자리가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누워본다
별이 쏟아지던 하늘은 금이 가 있고 그 틈으로 내리 꽂히는 빛에 눈이 멀 것 같다
너무 많은 것을 보고만 어느 사람이 제 눈을 파내지 못해서 울컥거렸는가
꽃 자리인 듯 움푹 팬 곳에
시위를 떠나지 못한 화살이 꺾여져 있다
어느 시간에서 건너 왔는가
청동검 푸른 낯빛에도 흔들리지 않는 침묵
수없이 많은 눈동자가 굴러다닌다
무뎌진 돌 화살촉을 무릎에 대고 갈아본다
살갗을 파고 도는 돌의 눈물이 무겁다
-계간『시와산문』 2017년 여름호)
'丹野의 깃털펜 > 김경성 - 근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억의 집 (0) | 2017.06.19 |
---|---|
무른 시간을 달려서 저녁의 문지방을 넘었다 / 김경성 (0) | 2017.05.05 |
분절음 (0) | 2017.01.14 |
화장암華藏庵 (0) | 2016.10.16 |
[신작시 특집] 늙은 집 外 2편 / 김경성 (0) | 2016.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