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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고인돌

by 丹野 2017. 5. 2.

 

 

고인돌

 

김경성

 

누군가 있었던 자리가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누워본다

별이 쏟아지던 하늘은 금이 가 있고 그 틈으로 내리 꽂히는 빛에 눈이 멀 것 같다

너무 많은 것을 보고만 어느 사람이 제 눈을 파내지 못해서 울컥거렸는가

꽃 자리인 듯 움푹 팬 곳에

시위를 떠나지 못한 화살이 꺾여져 있다

      

어느 시간에서 건너 왔는가

청동검 푸른 낯빛에도 흔들리지 않는 침묵

수없이 많은 눈동자가 굴러다닌다

 

무뎌진 돌 화살촉을 무릎에 대고 갈아본다

살갗을 파고 도는 돌의 눈물이 무겁다




-계간시와산문2017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