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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무른 시간을 달려서 저녁의 문지방을 넘었다 / 김경성

by 丹野 2017. 5. 5.

 

 

무른 시간을 달려서 저녁의 문지방을 넘었다

 

김경성

 

무릎이 젖어 있다 안개에 너무 오래 넣어둔 탓이다

나비 울음 같은 소리가 당신의 입술을 빠져나온다

허공을 받치고 있던 대숲이 한쪽으로 스러진다

 

바닷속에 손을 넣으니 한 움큼의 수초가 잡힌다

욱신거리는지 파도가 인다

 

율포 앞바다에서 일어난 바람이 산자락으로 올라가

어린 찻잎의 숨을 어루만지는 동안

안개를 뭉쳐 놓은 듯

몸안의 것들이 흰꽃으로 피어난다

 

단단해진 시간으로 들어서도 마르지 않는

무릎을 구부리고

차꽃을 딴다

모퉁이 돌아서 오는 뭉근한 시간이 목에 걸쳐있다

 

 

 

 

-계간창작21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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