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른 시간을 달려서 저녁의 문지방을 넘었다
김경성
무릎이 젖어 있다 안개에 너무 오래 넣어둔 탓이다
나비 울음 같은 소리가 당신의 입술을 빠져나온다
허공을 받치고 있던 대숲이 한쪽으로 스러진다
바닷속에 손을 넣으니 한 움큼의 수초가 잡힌다
욱신거리는지 파도가 인다
율포 앞바다에서 일어난 바람이 산자락으로 올라가
어린 찻잎의 숨을 어루만지는 동안
안개를 뭉쳐 놓은 듯
몸안의 것들이 흰꽃으로 피어난다
단단해진 시간으로 들어서도 마르지 않는
무릎을 구부리고
차꽃을 딴다
모퉁이 돌아서 오는 뭉근한 시간이 목에 걸쳐있다
-계간《창작21》2017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