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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기억의 집

by 丹野 2017. 6. 19.




기억의 집

 

김경성

 

 

눈먼 새가 깃털을 뽑아 둥근 말의 집을 짓는다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바람은 길을 잃은 채

늙은 뱃머리에 제 몸을 던지고

입을 막고 귀를 막은 사람들이 섬이 되어 앉아있다

 

만선의 배가 들어올 때면

검고 붉은 깃발을 흔들며

갈매기 떼를 바닷가 작은집에 끌어다 놓고 갔었다

 

이제는 바다에 나가지 못하고

녹슨 닻을 거꾸로 세워놓은 폐선만이 바닷길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저 홀로 늙어가는 폐선 옆에서

한순간의 꿈처럼 지나가버린 눈부신 말들을 들으려고

숨차게 피어나는 순비기꽃

 

푸조나무가 그림자를 꺼내서 대문 앞에 놓는다

 

끝이라는 말은 이 세상에 없는 말, 끝이라는 말은

시작이라는 말의 어원

 

 

    -웹진 시인광장  20177월호

 

 

김경성

전북 고창에서 출생.

2011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와온』 『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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