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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거문고의 노래 . 1 / 나호열

by 丹野 2015. 5. 8.

 

 

 

거문고의 노래 . 1

          

                나호열



백년 후면 넉넉하게 사막에 닿겠다

망각보다 늦게 당도한 세월이

수축과 팽창을 거듭한 끝에

빅뱅 이전으로 돌아간 심장을 애도하는 동안

수화로 들어야하는 노래가 있다

떨쳐내지 못하는 전생의 피

증발되지 않는 살의 향기로

꽃핀 악보

사막이란 말은 그렇게 태어났던 것이다



오동나무 한 그루가 사막을 키우고 있다 사막을 건너가는 꿈이 넉 잠을 자는 동안 바람은 고치에서 풀려나오며 오동나무에 날개를 뉘였다


짧은 생은 촘촘한 기억의 나이테로 현을 묶고 백년쯤 지난 발자국으로 술대를 젓는 늦가을을 기다리는가



아, 거문고의 긴 날숨이 텅 빈 오동나무의 가슴을 베고

아, 거문고의 깊은 들숨이 나비가 되지 못한 음을 짚어낼 때

나는 다만 첫 발을 딛는 꽃잎의 발자국 소리를

사막에 담을 뿐

수화로 그 노래를 들을 수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