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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풍경이 되고싶은 詩

한 주를 여는 시 - 등뼈를 어루만지며

by 丹野 2013. 3. 18.

 

    

       울산신문

 

                       한 주를 여는 시-  2013년 3월 17일(일)

 

 

 

 

울산신문 http://www.ulsanpress.net/news/articleView.html?idxno=146057

 

 

 

 

         

        등뼈를 어루만지며 / 김경성

         

         

        종달리 해변 둥그렇게 휜 바다의 등 위에 올라앉아

         

        내 등뼈를 어루만졌다

         

        목뼈에서부터 등뼈를 타고 내려와 꼬리가 있던 곳까지 천천히 만졌다

         

        오롯이 솟아있던 어린 등뼈 오간 데 없다

         

        살집 속에 숨어버린 등뼈는 손가락으로 여러 번 어루만져야 드러났다

         

        닿을 듯 닿지 않는

         

        내 몸에서 가장 먼, 그대 여린 숨결 같은 불을

         

        밝히는 등

         

         

         

        등을 타고 흐르는

         

        손이 닿으면 금세 젖는

         

        나보다 그대의 눈에 더 잘 보이는

         

        나란히 누우면 물 흘러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닿을 수 없는 강,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종달리 해변처럼 둥그렇게 잘 말아서

         

        천천히 흐르게 하자

         

         

         

        투 둑

         

        강이 구부러지는 소리

         

        투 두둑

         

        물이 꺾이는 소리

         

        내 안에 그토록 많은 사금파리가 들어 있었다니

         

        하염없이 앉아서 구부러진 등뼈를 어루만졌다

         

        흐르지 않고

         

        상처의 틈에 고이는 물이

         

        몸 안에서 출렁,

         

        파랑주의보다

         

         

        <시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