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나중에 안다 / 김경성
아직 잎 돋지 않은 나무 한 그루
가지 사이로 어둠 떨어뜨리고 있다, 나무 밑이 더 어둡다
맨손으로 겨울 바람 다 쓸어내고도
틔어놓은 잎눈이
맨발로 먼 길을 달려온 새들의 발톱 같다
새들이 앉았다가 날아간 겨울 나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새의 발톱 자국이 나무 끝에 걸려 있다
기울어진 언덕 너머
아직 닿지 못한 세상 그 너머
눈 감으면 더 잘 보이는 그 곳, 어디쯤
얼마나 많은 겨울 나무를 남겨놓고 왔는지
겨울이 가기도 전에
새들은 지도를 펼쳐들고 왔던 길로 날아갔다
겨울이 저만큼 가버렸다는 것을 나는, 늘 나중에 안다
새떼가 보이지 않거나,
능수버들 살결에 오돌도돌 잎꽃 피어나거나
그늘 하나씩 돌돌 매달고 흔들거리는 제비꽃
고 작은 것이 나를 무릎 꿇게 할 때이다
출처 :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글쓴이 : 동산 원글보기
메모 :
잊어버리고 있었던 시를 선생님께서 찾아주셨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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