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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풍경이 되고싶은 詩

[스크랩] 녹슬지 않는 잠 / 김경성

by 丹野 2012. 11. 15.

 

 

 

 

 

녹슬지 않는 잠 / 김경성

 

 

 

 

방문이 내려앉았다

 

늙은 경첩을 물고 있는 못의 자리가 깊다

 

나무젓가락 분질러서 밀어 넣고 망치질을 했다

 

풀어진 문틀, 바람의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틈으로 새 못을 밀어 넣었다

 

언젠가 다시 벌어질 틈을 위하여

 

나무문을 세우는 못은 나사못이어야 한다고

 

나무의 결을 하나하나 읽으며 천천히 들어가서

 

못의 방을 만들고

 

문을 여닫을 때마다 들이치는 바람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고

 

 

나이테에 새겨진 시간을 물고 있는

 

나사못의 틈으로 들어가는 바람이여

 

나무의 틈을 드나드는 그대여

 

틈과 틈 사이에 함께 정박해있었구나

 

젖은 마음을 읽으며

 

나이테의 행간 속에 드는 못의 잠은 깊다

 

그대 가슴 안에 파놓은 못(池) 속에 드는 잠도 깊다

 

너무 깊어서 녹슬지 않는 잠이다

 

 

 

 

 

 

 

 

 

 

 

 

 

출처 :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글쓴이 : 동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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