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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풍경이 되고싶은 詩

등뼈를 어루만지며 / 김경성

by 丹野 2012. 10. 29.

 

 

 

 

 

 

 

 

 

 등뼈를 어루만지며

  

   김경성

 

 

 

 

  종달리 해변 둥그렇게 휜 바다의 등 위에 올라앉아  

  내 등뼈를 어루만졌다 

  목뼈에서부터 등뼈를 타고 내려와 꼬리가 있던 곳까지 천천히 만졌다  

  오롯이 솟아있던 어린 등뼈 오간 데 없다 

  살집 속에 숨어버린 등뼈는 손가락으로 여러 번 어루만져야 드러났다

  닿을 듯 닿지 않는  

  내 몸에서 가장 먼, 그대 여린 숨결 같은 불을

  밝히는 등

   

  등을 타고 흐르는  

  손이 닿으면 금세 젖는  

  나보다 그대의 눈에 더 잘 보이는  

  나란히 누우면 물 흘러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닿을 수 없는 강,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종달리 해변처럼 둥그렇게 잘 말아서  

  천천히 흐르게 하자

 

  투 둑  

  강이 구부러지는 소리  

  투 두둑

  물이 꺾이는 소리  

  내 안에 그토록 많은 사금파리가 들어 있었다니  

  하염없이 앉아서 구부러진 등뼈를 어루만졌다

  흐르지 않고  

  상처의 틈에 고이는 물이 

  몸 안에서 출렁,  

  파랑주의보다

 

 

 

 

 

 

계간 『미네르바2011년 여름호 발표

  

 

  

 

 

 

 


 

          
 

 

 

 

 

 

 

김경성 시인

 

 

전북 고창에서 출생. 2011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와온』(문학의전당, 2010)이 있음.


    

 

 

 

 - 웹진 시인광장 http://www.seeinkwangj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