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호명하지 않았다. 까마득하게 오래 전부터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를 맑은 물가에 나아가 홀로 얼굴을 비춰보거나, 발목을 담궈보다가 그 길 마저 부끄러워 얼른 바람에 지워버리는 나는 기댈 곳이 없다. 그림자를 길게 뻗어 강 건너 숲의 가슴에 닿아보아도 나무들의 노래를 배울 수가 없다 나에게로 가는 길이 점점 멀어진다. 떨어질 낙엽 대신 굳은 마음의 균열이 노을을 받아들인다. 늘 그대 곁에 서 잇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깨에 기댄 그대 때문에 잠깐 현기증이 일고 시간의 열매인 얼굴은 나그네만이 알아본다. 흙바람을 맞으며 길을 버린 그대가 하염없이 작다.
봉감 모전 오층 석탑:
경북 영양군 입압면 산해리봉감마을 밭 가운데 서 있는 模塼 석탑이다. 모전 석탑이란 벽돌처럼 돌을 쌓아올린 탑으로 목조탑의 형식에서 석탑으로 이행되어가는 중간 과정으로, 신라 말이나 고려 초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밭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다른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높이 약 11미터, 산해리로 가는 2번 군도에서 약 1킬로미터를 승용차나 도보로 걸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