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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선물

by 丹野 2009. 3. 14.

 

 

 

선물 / 나호열

 

 

 

빈 노트를 선물하고 싶어요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은 노트를

내가 날마다 바라보는 나무의

나뭇잎 만큼의 갈피가 담긴

빈 노트를 드리고 싶어요

날씨라든가 그 날의 기분이라든가

아니면 그 무엇이라도 좋아요

그 빈 노트를 돌려받을 수는 없어요

이미 무엇인가로 채워져 갈

빈 노트는 영원히 빈 노트가 될 수 없으니까요

호수가 될지

숲이 될지

내가 걸어갈 수 없는 길이 될지

알 수 없는 일

나는 이미 투명히여 깨질 것 같은

당신의 숨결 속에

눈밭으로 내려앉은

빈 노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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