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찾아서] 詩를 찾아서, 나무를 찾아서, 그리고 사람을 찾아서 | |
6월부터 7월 사이에 우윳빛의 작은 꽃을 활짝 피우는 돈나무. | |
[2011. 8. 1] | |
우리나라 토종의 돈나무는 쓰임새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해 그리 사랑받지 못했다. | |
지난 유월 말, 천리포수목원에서 만난 돈나무입니다.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이 나무를 옛 제주 사람들은 왜 '똥나무'라고 부르며 홀대했을까요? 아무리 살림살이가 고단했던 옛 사람들이었음을 감안해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우리 눈으로도 이 나무가 '똥나무'라 불러야 할 만큼 몹쓸 나무였다면 이런 의문은 들지 않겠지요. 그러나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꽃이 피든 안 피든 돈나무는 참 예쁜 나무입니다. | |
꽃 없어도 잎이나 수형이 단아해 좋은 돈나무가 이처럼 화려한 꽃을 피웠다. | |
꽃이 피었을 때나 그렇지 않았을 때나 단아한 몸가짐으로 조용히 서 있는 돈나무는 언제라도 좋습니다. 까닭에 생각 없이 지나는 길에서라도 돈나무를 지나칠 때면 꼭 한번씩 눈을 맞추고 지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많던 만남 중에 이만큼 활짝 꽃을 피운 돈나무는 처음이었습니다. 숲 속 오솔길을 돌아들면서 우윳빛 꽃을 환하게 피운 이 돈나무를 만난 건 그야말로 경이로움이었습니다. | |
사임당 신씨가 머무르던 오죽헌 뒤란을 지키고 서 있는 율곡매. | |
연재 중인 칼럼, '사람과 나무 이야기'에는 강릉 오죽헌의 나무 이야기를 썼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오죽헌은 지나치리만큼 꾸며낸 모습 때문에 마음이 그리 많이 끌리는 곳은 아닙니다. 아마 이 집의 큰 나무가 아니었다면 저로서는 일부러 오죽헌을 찾을 일이 없었을 겁니다. 이 여름에도 그 나무들이 보고 싶어 오락가락하는 비를 피해 부리나케 강릉을 찾았습니다. | |
봄에 연분홍 빛 꽃을 피우는 율곡매의 열매는 여느 매실나무보다 굵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 |
사임당 신씨가 이 집에 머무르기 훨씬 전부터 이 자리에서 자라던 이 매화나무를 사임당은 무척 아꼈다고 합니다. 나무는 오죽헌이라는 이름의 작은 살림채 뒤란 귀퉁이, 담벼락 가까이에 서 있습니다. 사임당이 그린 여러 그림에는 매화가 많이 나오는데, 그 매화의 모델이 바로 이 나무였지 싶습니다. 사임당의 맏딸, 그러니까 율곡 이이의 큰 누이 되는 분의 이름에 매화를 넣은 것도 그이가 얼마나 매화를 좋아했는지 보여주는 예이겠지요. | |
오죽헌 율곡매의 줄기에 묻어나오는 6백 년 긴 세월의 더께. | |
오죽헌 뒤란에서 한창 탐스러운 열매를 듬성듬성 맺은 율곡매 앞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오락가락하는 비를 피하며 처마 밑에 주저앉았다가 일어나서 서성거리기를 몇 시간 되풀이했습니다. 오래 바라보며 나무와 눈길을 맞추는 누군가를 기다린 겁니다. 그게 누가 되더라도 그가 나무에게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을지를 알고 싶었던 거죠. | |
오죽헌 지붕 위로 가지를 뻗은 율곡매에서 단아한 풍채. | |
스무 살을 조금 넘긴 듯한 젊은 여자가 홀로 나타난 건 비를 머금은 먹구름이 다시 또 오죽헌 지붕 위로 다가올 즈음이었습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앙증맞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그녀는 처음에 나무 앞에 세워둔 안내판을 유심히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신기하다는 눈길로 나무를 바라보며 나무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을 빙빙 돌며 사진을 찍고 나서도 나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더군요. | |
오죽헌 앞마당을 아름답게 하는 또 하나의 나무인 오죽헌 배롱나무의 미끈한 줄기. | |
새로 쓰게 된 글이 있어서 덧붙여 소개합니다. 여러 신문들이 매일 시 한 편과 그 시를 뽑아내 읽은 시인의 감상을 함께 싣는 칼럼입니다. 이 난은 대개 시인들이 맡아 연재해 왔는데, 시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제가 쓰기에는 분에 넘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얼마 전에 같은 콘셉으로 '나무가 말하였네'라는 책을 낸 뒤로, 더 쓰고 싶었던 글이기도 해서 제게는 벅차고 보람된 일입니다. 처음으로 손택수 시인의 '나무의 수사학'을 골라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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