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생각] 소낙비 속에 꿈틀대는 우리 곁의 자연을 찾아 잠시…… | |
한 여름 천리포수목원의 큰연못 풍경. | |
[2011. 7. 25] | |
영락없는 촛대 모양으로 피어나는 천남성 꽃. | |
제가 자주 떠올리는 경험이 있습니다. 십 여 년 전, 부천에서 서울 시청 앞 근처의 직장으로 1호선 전철을 타고 출근하던 때의 경험입니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 자귀나무, 목련, 모과나무, 회양목, 장미가 눈에 들어오고,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길가에는 가로수로 가죽나무, 메타세쿼이아, 양버즘나무가 서 있지요. 아파트 낮은 울타리에는 개나리, 쥐똥나무, 철쭉이 늘어져 있고, 대로에 나오면, 은행나무, 튤립나무, 복숭아나무가 있습니다. | |
물레나물 과에 속하는 금사매의 꽃 봉오리. | |
같은 길로 십 년 넘게 출퇴근하면서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단 한 번도 내 곁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헤아려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우리가 유심히 바라보지 못할 뿐 나무는 도시에도 많이 있습니다. 얄따란 그림책은 그같은 우리 곁의 자연을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우리에게 비교적 낯선 식물과 동물이 많이 등장하는 탓에 여러 사전과 도감을 뒤적이느라 적잖은 시간을 들여야 했지만, 참 좋았습니다. | |
노란 꽃잎과 그 안쪽의 여러 꽃술들이 예쁜 금사매의 활짝 핀 꽃 송이. | |
차츰 여름이 깊어갑니다. 지루한 장마 지났는가 싶었는데, 다시 비 쏟아지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주말에는 이미 호우주의보를 동반한 비가 뿌렸고, 이번 주 내내 비가 계속 내린다는 예보입니다. 그 동안 내린 비만으로도 몇해 만에 최대 강우량이었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아직도 내릴 비가 더 있다니 유난히 비를 좋아하는 저조차도 조금씩 성가시게 생각할 때가 생깁니다. | |
금사매는 물레나물과에 속하는 다른 대개의 식물들과 비슷한 모양으로 피어납니다. | |
오늘 편지에 보여드리는 사진들은 장마 들기 바로 전 천리포수목원에서 만난 꽃들입니다. 촛대 모양의 독특한 꽃을 피운 천남성과 탐스럽게 노란 꽃을 피운 물레나물과의 금사매입니다. 금사매의 꽃은 한 송이의 지름이 5센티미터 정도 크기로 활짝 피어나고 안쪽에는 여러 개의 꽃술이 하늘하늘 달려 있어서 보기에 참 좋습니다. 장마 지나면서 꽃은 다 떨어졌겠지만, 여름의 초입을 화려하게 알린 꽃들의 생명 잔치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 |
여름 내내 탐스러운 꽃을 피워내는 수국이 있는 천리포수목원의 암석원 연못 풍경. | |
기상청 예보를 보니, 이번 주 내내 비가 내릴 듯합니다. 지금 비는 장맛비처럼 내리지만, 예보에는 소나기가 잦은 한 주가 되리라고 합니다. 말로만이라도 장마가 아니라, 소나기라니 다행 아닌가요? 뭐니뭐니해도 비는 소나기가 제맛이니까요. 축축한 날씨 이어지지만, 마음만큼은 젖지 않고 금사매 노란 꽃처럼 뽀송뽀송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
'이탈한 자가 문득 > 풍경 너머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0) | 2011.07.27 |
---|---|
숲은 어떻게 변해가나요? (0) | 2011.07.26 |
145년만의 귀환-외규장각 의궤전 (0) | 2011.07.21 |
옥황상제가 내려보낸 아들이 몸을 바꾸어 서 있는 나무 (0) | 2011.07.18 |
Claude Theberge (0) | 2011.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