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엽서] 봄 숲 길에서 여름 숲 길에게로 걸어 나오며 | |
처음엔 어두웠습니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서 가죽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던 작업실까지 걷는 길의 봄 오기 전 풍경이 그랬지요. 그 어둠에 차츰 푸른 빛의 신새벽이 찾아 왔습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거의 같은 시간에 걷는 길인데, 풍경은 하루하루 달라졌습니다. 며칠 지나자, 그 길의 사위는 환해졌고, 흑백의 풍경 사이로 밝은 빛이 드러났지요. 처음엔 노란 빛이었습니다. 산수유와 개나리의 꽃이었던 게죠. 다음엔 벚나무 가지 끝에 올라온 순백의 빛이 빼꼼 눈길을 끌었어요. | |
언제 이 시간의 이 길이 어두웠느냐 싶게 환해진 그 풍경 속의 걸음걸이를 머뭇거리게 하는 건 만개한 벚꽃이었습니다. 비 내리고 벚꽃이 쓰나미처럼 낙화를 마치자 길 위에 하얀 카펫이 깔렸습니다. 이때부터 아침 길 풍경을 군림한 건 여느 꽃보다 찬란한 연두 빛이었습니다. 그 즈음에는 밤 길을 밝히는 가로등이 연두 빛의 새 잎 사이로 비치는 풍경이 좋아, 일부러 귀가를 늦추곤 했습니다. | |
아파트 숲의 녹음 터널을 지나와 아침 나무 엽서 한 장 띄웁니다. 사진은 봄 길과 여름 길의 경계에서 한창 피어난 조팝나무 꽃입니다. - 황지우 시의 제목처럼 제목을 지어 5월 25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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