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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풍경이 되고싶은 詩

마애불 옷자락에 숨어들겠다

by 丹野 2009. 2. 23.



 

 

 

마애불 옷자락에 숨어들겠다

 

                        시 : 김경성

                       그림 : 김성로


나무 잎이 돋기 전에 그 산에 들어가고 말았다

다릅나무 가지를 제치고
마애불을 만나러 올라가다가
산 중턱에 멈춰 서있는 물푸레나무 한 그루
제 속을 비우고 빈 가지로 그물을 만들고 있다

허공에 던져놓은 나무 그물에 걸린
오후의 햇살이 눈에 부시다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물 비늘을
한 장씩 떼어 몸에 붙이고, 하늘, 하늘 속에서
지느러미 흔들며 걸어나온 북방검은머리 쑥새 한 마리
무너져 내리는 성벽 먼 곳에 두고
물푸레나무에 입을 맞추며 봄을 재촉하고 있다

푸레나무는 왜 산으로 올라갔을까

저기 저,
마애불의 넓은 품에 가지를 내밀면
금방이라도 안길 수 있을 텐데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리운 것은 그렇게 늘 멀리 있어
산 중턱에 뿌리를 내리고

다릅나무 잎 돋아, 푸른 그늘 드리울 때
물푸레나무 한 그루
물푸레나무꽃 부풀려서
하늘 속으로 첨벙첨벙 걸어 들어가
햇볕에 바짝 마른 낮 달, 부서지지 않게
조심히, 마애불 옷자락에 숨어들겠다

 

 

 

 

 

출처 :김성로(KIM SUNG RO) 원문보기글쓴이 : 솔뫼 김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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