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풍경이 되고싶은 詩

[스크랩] 도리사 석탑 / 김경성

by 丹野 2008. 12. 15.

                 

 

 

 

도리사 석탑


                       시 : 김경성

                     그림 : 김성로



빛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빛보다 더 깊은 그림자를 제 안에 담고 있다

햇빛 싸안고 그 빛 부셔대며

몸의 무늬를 펴 가는 오래된 탑

조금씩 벌어진 틈으로 바람 새어들어 갔다

그때 어떤 말들이 함께 쓸려 들어갔는지

바람이 거세게 불 때마다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었다

용마루 타고 미끄러져 내린 시간 처마 끝에 닿아

빛깔 무너진 단청에 울컥 걸렸을 때

천육백 년 된 사원보다 더 오래된,

나무의 결 그대로 드러난 저 주심포의 말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엉기고 기대어 제 몸에 스며든 그림자까지 모두

굽이쳐 흐르는

물결무늬 나뭇결 하나하나가

바람으로 익어간다는 것을 아는지

탑 그림자는 사원으로 들어가 있고 나무 그림자는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탑을 가만히 감싸 안고 있었다

아무것도 저 홀로인 것은 없다

기대고 기대어

스미고 스미어 익어가는 것이다

내 몸이 탑 그림자 속으로 들어갈 때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고 바람은 더 거세게 불었다

지는 해에 물든 황금빛 이파리

물고기 떼처럼 기왓장 틈으로 스며들었는데

내 그림자까지

탑 그림자에 섞여 출렁거리며

모든 것이 한 물결이 되어 흘러가고 있었다

 





 

 

                      솔뫼 김성로 사이버갤러리 : http://people.artmusee.com/ksm416 클릭!

출처 : 김성로(KIM SUNG RO)
글쓴이 : 솔뫼 김성로 원글보기
메모 :

'丹野의 깃털펜 > 풍경이 되고싶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물의 유전자   (0) 2010.09.11
[스크랩] 해바라기  (0) 2010.08.09
자서전   (0) 2010.05.06
마애불 옷자락에 숨어들겠다  (0) 2009.02.23
물컹한 슬픔 2 / 김경성  (0) 2009.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