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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풍경이 되고싶은 詩

[스크랩] 물의 유전자

by 丹野 2010. 9. 11.



 

 

물의 유전자 

 

                                            시 : 김경성

                                   그림 : 김성로 

 

 

우물천장이 있는 집, 물결무늬 선명한 우물마루가 있다

옹이가 있는 자리마다

바람이 휘돌아나가고

흔들림이 없는 자리에는 그대 마음의 파문이 인다

깃털 달린 씨앗이었을 때부터

우물을 꿈꾸던 나무, 솔방울 굴리며

송홧가루 날리며

제 속에서 출렁거리는 물길을 어쩌지 못하고

몸속에 저수지를 들여놓고

물의 흔들림을 새겨놓았다

 

홀로 있는 사람들이 적막을 키우는 동안

내려놓은 그림자보다 더 깊게 뿌리를 뻗어서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서 별을 심고

심어놓은 별들이 몸을 불리려고 달빛을 끌어당기는 사이

별을 심지 못하는 사람들은

구덕 하나씩 들고 별을 따러 떠났다

 

우물이 되고 싶었던 나무,

제 속에 지어놓은 물길을 오래된 집에 풀어놓았다

우물마루에 앉으면 양수에 들어간 듯

몸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푸른 우물이 출렁거리고

우물천장에서는 별이 쏟아진다

 

나무의 몸을 타고 흐르는 물길이

오래된 집 우물마루에서 잠시 숨을 고르다가

민흘림기둥을 타고 올라가서 우물천장을 흘러 돌아

다시, 그대의 몸속으로 흐른다

목단꽃 피는 봄날 오후였다

우물마루에 앉은 한 사람의 그림자가 깊었다

몸속 우물이 출렁거리는지

느티나무의 푸른 지느러미가 많이 흔들렸다

 

 

 

 

출처 :김성로(KIM SUNG RO) 원문보기 글쓴이 : 솔뫼 김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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